겟세마네
김 명호
정월 열 나흗날
유월절 밤
달은 밝았다.
성전 담벼락엔 포도넝쿨
달그림자에 흔들리고
겟세마네 향한 길에
제자들이 흔들리고
달빛 타고 건너는 기드론 시내
침묵은 밤을 더 무겁게 하고
발자국 소리 더 크게 들리는 고요
주님 마음은 고뇌로 이울고
제자들 눈은 피곤으로 이울고
돌 던질 만큼의 간격은
생각의 거리
무릎 꾼 그 이마엔
끓듯이 솟는 땀
떨어지는 땀방울은 핏방울 되고
겟세마네
즙 짜는 틀에
생명을 쥐어짜는 주님 목소리
소리 따라 흔들리는 인류의 운명
등어리에 쏟아지는 달빛
피처럼 번지는
그 밝은 달빛
배반한 제자의 얼굴에 쏟아지는
그 밝은 달빛
자다가 칼을 뺀 그 손에 비치는
그 달빛
포도즙 같이 쏟아지고 있다.